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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것

대한민국의 지긋지긋한 08년도 입시가 종료되었습니다.


 08 입시가 오늘부로 종료되었습니다.                                                   

간떨리며 기다렸을 학생들을 생각하니 제가 더 떨립니다.
원서를 쓰는 떨림, 쓰고나서 합격여부를 기다리는 떨림, 떨어지고 재수의 길로 들어가는 절망감..
저는 모든것을 경험해 봤습니다.
그리고 입시를 원치 않게 또 경험하게 되므로서 인생에서 실패라는 쓴맛을 너무나 커다랗게 깨닳았었죠.
그리고 제가 정말 사랑하는 친구가 작년 수능을 또 봤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너무나도 공부를 잘하고 유능했던 친구는 이과생으로서 의대에 꼭 가고 싶어하는 유능한 재원이죠.
그런데 그 친구가 합격된 3개의 대학을 버리고 , 또는 원서조차 쓰지 않고 수능을 다시 준비하고 그러기를 반복하더니 올해 드디어 의대 합격권의 점수가 나왔습니다.
물론 서울권 의대의 합격 가능 점수권은 아니었으나 옆에서 지켜보던 저로서는 너무나 기뻤죠.
저희 부모님까지도 기뻐 하시며 좋아하셨습니다.
다른 지역에 살기 때문에 친구가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은 자주 볼 수 없었고 입시가 끝나고도 자주 볼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친구가 우리집에 놀러왔을때야 겨우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전화로도 문자로도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만나서 얘기를 하니 할 얘기가 어찌도 그리 많은지 밤을 새가며 신나게 떠들어 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친구가 좋은 점수에도 불구하고 오늘 입시가 종료된 지금의 시점까지 합격의 소식을 전하지 못해왔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원서를 쓸때부터 늘 조언을 했지만 친구는 의대 아니면 안된다! 라는 주장을 꺽지 않았고 3장의 원서의 기회를 전부 의대에 쏟아 부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시간 친구는 연락이 없습니다.
저도 무서워서 연락을 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무엇일까요..                                                                      

우선 우리나라의 교육 구조상 의대가 이과 최고 득점 학생들이 가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친구는 '선교의사'가 꿈이기 때문에 의대를 굳이 고집하고 공부를 계속 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이과 학생들은 성적이 잘 나오면 주위에서 의대나 치대등 전문직종을 권유받게 됩니다. 또한 어렸을때부터 세뇌당한 아이들은 공부잘하면 의대가는 것을 10에 9명은 당연시 여기며 원서를 씁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에게 합격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올해의 약대의 공백입니다.
작년에는 800명 가량의 약대 신입생들이 존재했으나 올해는 약대는 단 1명도 뽑지를 않았습니다.
사실 의대권 점수가 나오더라도 적성상으로 의대에 진학하지 않고 약대에 지원해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가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800명 가량이 아예 공백이 된것입니다.

친구의 소식이 안타까워서도 안타까워서지만 개인적으로 성적이 잘 나와서 의대가 가는것을 찬성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직업이 그렇듯이 직업에는 '적성'이 있습니다.                              

특히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의사는 더더욱 '사명감'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물론 과별로 수술이 있는과, 수술이 없는과도 있고 치료분야도 경중이 있겠지요.
그러나 의사는 정말 사명감이 중요합니다.
일례로 아는 분이 치과의사신데 병원 문닫는 시간이 7시인데 6시 55분에 환자가 오면 정말 그 환자가 몹시 밉고 때려주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또한 피부과를 하시는 어떤분은 그 말씀에 동의를 하시면서 "59분에 오는 환자는 더 얄밉다." 고 하시더라고요. 이렇듯 개인병원을 하든 종합병원을 하시든 환자들이 얄미울 정도라면 적성에 맞는 건지 아닌지는 다시 생각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런분들에게 직업 만족도를 물어보면 매우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의대에 재학중일때도 문제는 발생합니다.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보통 우수한 재원인 경우가 많고 ,
특별히 천재여서 공부를 무척 잘해서 입학했다기보다는 꾸준히 열심히 노력해서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많습니다.(물론 천재도 있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 학생들은 일종의 보상심리를 받게되고 예과생일때는 공부를 하지 않고 놀게 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친한 친구 하나가 의대를 다니면서 얘기해준걸 한번 써보겠습니다.
(의대를 원치 않아 간 학생들의 얘기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우선 그 의대는 1년에 적어도 5명 가량을 필수 유급을 시킵니다.
그러나 그 학년이 우수하면 최소 2명이 유급되고, 그 학년이 불량하고 우수하지 못하면 10명 가량도 유급이 된다고 합니다.
여기서 불량 유급에 대해서 말씀드릴려고 합니다.
우선 제 친구네 과에 수석한 학생은 학점 3.0만 넘으면 6년 내내 전액 무료 장학생 혜택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수석 학생은 3.0이 넘지 못해 등록금을 내고 다닌다고 하네요.
학교를 다녀보신분들은 알겠지만 3.0은 조금만 노력하면 넘을 수 있는 학점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들중에서는 학사경고 (일명 학고) 를 3번 맞아 1년 6개월을 유급 당한 학생도 있더군요.
학사경고는 지나치게 낮은 학점이 반복 되는 것인데 그 학생은 출석이 너무 낮아서 학점이 낮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런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님의 강요로 의대에 진학한 학생들이라는 겁니다. 유급된 한 학생은 원래 수의대가 목표였는데 수능시험 당일날 지나치게 잘 나온 성적 때문에 부모님의 강요로 의대에 오게 됐고 학교 공부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해 방황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요지였습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공부를 잘 한 학생에게도 못한 학생에게도 너무나 슬픈 사연들입니다.

입시가 끝나자 여러가지 생각들이 끊임없이 떠오르네요...
친구가 합격소식을 들려주길 정말 간절히 간절히 바라고 있었는데 ...
안타깝고 슬픕니다...

친구에게 연락도 하지 못하고 잠은 안오고 답답한 마음에 괜히 의대 얘기나 하며 끄적거려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