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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것

함진아비는 무엇이고, 왜 오징어 가면을 쓰는 것일까?


옛날 역사 속의 납폐(함팔이)모습과 함진아비

납폐란 신랑측에서 신부측에 예물 (혼수와 혼서)을 보내는 절차를 말합니다. 
옛 책에 의하면 "선비는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 여자 선비인 규수가 움직이게 하려면 예물을 올려야 한다" 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방에 따라 그 양식이 달라 혼인 전날 보내거나 당일 신랑이 보내기도 했으며, 옛날엔 요즘과는 달리 아주 간단하게 보냈습니다. 채단은 청색비단은 붉은 색종이에 싸고, 붉은 색 비단은 청색 종이에 싸서 각각 중간을 청홍실로 나비 매듭합니다. 함은 청홍 겹보로 싸는데 홍색이 밖으로 나오게 하고, 매듭에는 근봉이라고 쓴 봉함지를 끼웁니다. 그리고 무명 한 필로 한번에 멜 끈을 만들어 묶습니다.
혼서도 사주단자와 마찬가지로 신부가 평생동안 간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옛날엔 옷감이 귀했으므로 무명으로 아기 옷(요새는 기저귀)을 만드는데 사용했습니다. 함은 새로운 출발과 탄생 이외에 복을 담은 신성한 존재를, 청실 홍실은 부부금슬을, 명주실은 수명이 길고 부부의 인연이 길라는 뜻을 상징한 것입니다.
한편 함진아비가 얼굴에 숯검정을 칠하고 함을 매고 가 신부집에 도착하면 납채 시루 위에 함을 놓으며, 납채 시루위에 함이 놓이면 신부 아버지나 복 많은 여자가 방안으로 갖고 들어가 복 많이 왔네 라고 소리쳤으며, 함을 받은 신부 어머니가 함에 손을 넣어 홍색 채단을 꺼내면 신부가 아들을, 청색 채단을 꺼내면 딸을 낳는다는 풍속도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신랑 집 하인이나 신분이 미천한 사람을 주로 함진아비로 삼았는데, 지금은 신랑 친구 중에서 덕이 있고 화목한 가정에 아들 낳은 사람이 주로 함을 매고 있으며, 미혼자는 함을 매지 않는 것으로 관례화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함진아비가 얼굴에 숯검정을 칠하는 것은 귀신을 막고자 함에서 시행된 것으로, 요즈음 오징어로 모양을 내어 얼굴을 가리는 행위도 그와 같은 벽사(사악한 귀신을 쫓는)의 의미를 갖는 주술적 상징으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옛날엔 신부집에서 함진아비에게 음식대접과 함께 얼마간의 여비를 주었는데, 근래 들어서는 함을 판다면서 동네를 시끄럽게 하는 폐풍이 생겨났습니다. 이는 납폐의 뜻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 것이며, 미풍양속이 변질되어 함값 문제로 불미스런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 바,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풍속이 점차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풍속은 그 시대를 반영하여 나타나게된 당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간에 이뤄지는 생활 전반에 관한 행동 패턴의 일정한 흐름(습관)이 현재에 이어지는 것이라는 내용을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풍속은 시간적 배경과 지역적 특성, 개개인의 독특한 상황적 배경(교육수준,신분계층 등)의 차이로 인해 점차로 그 형식과 내용이 조금씩 변해가게 됩니다 ...... 역사성(가변성)
옛날 함진아비의 얼굴에는 주술적 의미(악귀를 쫓는)로 검게 숯을 칠하고 그 행동 또한 경건함 속에 긴장을 풀 수 있는 약간의 해학적인 요소로의 실랑이를 보여주었음과 비교해 현재의 함진아비의 모습은 해학적인 면만을 강조한 나머지 주객이 전도되어 그 속에 담겨진 깊은 내용은 사라져버리고 만 것입니다. 오징어 가면을 쓰게 된 것은 '탈'의 유래를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볼 수 있는 탈춤 속의 '탈'은 하위계층의 양반 사회를 풍자할 때 익명성을 보장해 주는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유래를 더 올라가게 되면 생산(수렵)과 신앙(주술)의 의미를 지닌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주술적 의미를 지닌 탈과 유사한 모양( 오징어에 구멍을 뚫어)으로 그 주술적 내용성을 잇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오징어로 인해 해학적인 요소가 크게 부각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그 의미는 상실한 체 해학과 익명성을 무기로 신부측에게는 넘어야 할 큰 숙제가 되고 있는 문제점이 생기게 된 것이겠죠.